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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직성 척추염 (염증성 허리통증, 천장관절염, HLA-B27)

by Agong 2026. 4. 27.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허리가 판자처럼 굳어 있어서 한참을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몸을 풀어야 했던 경험, 혹시 있으신가요? 저도 비슷한 증상을 처음 접했을 때 단순한 근육통이겠거니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게 강직성 척추염의 전형적인 초기 신호일 수 있다는 걸, 자료를 파고들면서 알게 됐습니다.

염증성 허리통증, 디스크와 어떻게 다른가

일반적인 허리 디스크나 근육통은 움직이면 더 아프고 누워서 쉬면 나아집니다. 강직성 척추염은 정반대입니다. 오래 앉아 있거나 잠을 자고 나면 허리가 더 뻣뻣해지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면 오히려 통증이 가라앉습니다. 제가 처음 이 부분을 읽었을 때 솔직히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쉴수록 아파지는 병이라는 게 직관적으로 이해가 잘 되지 않았거든요.

 

이 통증의 핵심은 천장관절염(Sacroiliitis)에 있습니다. 천장관절이란 골반과 척추 아랫부분을 연결하는 관절로, 우리가 체중을 지탱하고 걸을 때 충격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강직성 척추염은 바로 이 부위에서 가장 먼저 염증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이 관절이 허리 깊숙이 위치해 있어, 초기에는 단순 요통으로 오해하기가 매우 쉽다는 점입니다.

 

이 질환은 혈청음성 척추관절병증(Seronegative Spondyloarthropathy)의 대표 주자입니다. 여기서 혈청음성이란, 류마티스 관절염에서 흔히 나타나는 류마티스 인자(RF)가 혈액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온다는 뜻입니다. 즉, 일반적인 류마티스 관절염과는 원인과 병태 자체가 다릅니다. 그래서 류마티스 내과에 가서야 비로소 제대로 된 방향의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단 과정에서 쇼버 검사(Schober test)가 쓰이기도 합니다. 쇼버 검사란 허리를 앞으로 최대한 구부렸을 때 척추가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자로 직접 재는 신체 검사입니다. 수치가 낮게 나올수록 척추의 유연성이 줄어든 상태로 판단합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경험이 쌓인 류마티스 전문의가 이 수치와 영상 소견을 함께 보면 꽤 정확한 판단이 가능합니다.

 

진단 시 확인하는 주요 항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아침 강직 지속 시간 (30분 이상이면 의심 수준)
  • 천장관절 X-레이 및 MRI 상 염증·골형성 여부
  • 혈액검사: 염증 수치(CRP, ESR)와 HLA-B27 유전자 양성 여부
  • 흉곽 확장 능력: 숨을 최대로 들이쉴 때 가슴둘레 증가폭 측정

강직성 척추염 환자 중 HLA-B27 양성 비율은 약 90%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서울아산병원 건강정보). 다만 제 경험상, 이 유전자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발병하는 건 아니고, 없다고 해서 안심해도 되는 것도 아닙니다. 유전자는 하나의 단서일 뿐, 진단은 여러 소견을 종합해서 내려야 합니다.

천장관절염에서 흉곽 강직까지, 진행을 막는 치료 전략

강직성 척추염이 무서운 이유는 한 번 굳은 뼈는 되돌릴 수 없다는 점입니다. 염증이 반복되면 관절 사이에 새로운 뼈 조직이 자라나는 골형성(Osteophyte formation)이 일어납니다. 골형성이란 원래 유연하게 움직여야 할 관절 사이에 뼈가 덧자라며 두 뼈를 하나처럼 이어버리는 현상입니다. 척추 전체가 이런 식으로 이어지면 대나무처럼 굳은 형태가 되는데, 이를 '대나무 척추(bamboo spine)'라고 부릅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갈비뼈와 척추가 만나는 늑추관절(Costovertebral joint)까지 강직이 진행되면 흉곽 자체가 팽창하지 못하게 됩니다. 숨을 깊이 들이마실 때 가슴이 넓어지지 않으니, 폐활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폐 기능 저하가 뼈 문제가 아니라 흉곽의 유연성 문제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점, 저는 이 부분이 생각보다 간과되기 쉽다고 봅니다.

 

치료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염증을 잡는 것과 유연성을 지키는 것입니다.

 

약물 쪽에서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가 1차 치료제로 사용됩니다. NSAIDs란 스테로이드 성분 없이 염증과 통증을 줄여주는 약물군으로, 이부프로펜 계열이 대표적입니다. 강직성 척추염에서는 이 약이 단순한 진통 효과를 넘어 질병 진행 자체를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효과가 충분하지 않으면 종양괴사인자 억제제(TNF inhibitor) 같은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합니다. 생물학적 제제란 염증을 직접 유발하는 특정 단백질이나 세포를 표적으로 차단하는 약물로, 기존 소염제와는 작용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운동치료는 솔직히 약물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수영은 흉곽 확장과 척추 유연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운동으로, 강직성 척추염 환자에게 특히 권장됩니다. 대한류마티스학회에서도 규칙적인 운동과 자세 교정을 치료의 핵심 요소로 명시하고 있습니다(출처: 대한류마티스학회). 농업 등 신체 활동이 많은 분들이라면 허리를 오래 숙이거나 고정된 자세로 작업하는 것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작업 중간중간 스트레칭을 넣는 것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또 한 가지 놓치기 쉬운 것이 포도막염(Uveitis)입니다. 포도막염이란 눈 안쪽 혈관이 풍부한 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갑작스러운 눈 충혈과 통증, 빛에 민감해지는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의 약 25~40%에서 동반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자료를 살펴보면서 이 부분을 처음 확인했을 때, 눈 증상을 단순 결막염으로 방치했다가 시력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강직성 척추염은 조기 진단이 예후를 크게 바꿉니다. 척추가 많이 굳기 전에 염증을 잡고 유연성을 유지하면, 일상생활에 거의 지장 없이 살아가는 분들이 실제로 많습니다. 반대로 디스크 치료만 반복하다가 진단이 수년 늦어지면, 그 사이 굳어버린 관절은 되돌릴 방법이 없습니다. 아침마다 허리가 유독 뻣뻣하고, 쉬면 오히려 더 아픈 느낌이 2주 이상 이어진다면, 류마티스 내과 상담을 먼저 고려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자료 분석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참고: https://www.amc.seoul.kr/asan/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0824
https://www.rheu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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