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도 처음엔 그냥 피곤해서 가슴이 답답한 줄만 알았습니다. 무거운 짐을 들고 언덕을 오르다가 갑자기 가슴 한가운데가 짓눌리는 느낌이 들었을 때, 솔직히 '근육통이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그런데 그게 심장이 보내는 경고였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협심증은 그렇게 조용하지만, 아주 분명하게 신호를 보내는 질환입니다.
협심증과 관상동맥, 흉통의 정체
협심증의 핵심은 관상동맥(coronary artery)에 있습니다. 관상동맥이란 심장 근육에 혈액과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으로, 심장 표면을 왕관처럼 둘러싸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 혈관이 동맥경화(atherosclerosis)로 좁아지면 심장이 필요한 만큼의 산소를 받지 못하게 되고, 그 순간 가슴 통증, 즉 흉통이 나타납니다. 동맥경화란 혈관벽에 콜레스테롤 등의 찌꺼기가 쌓여 혈관이 딱딱해지고 좁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무서운 건 이 변화가 20대 초반부터 이미 시작된다는 점입니다(출처: 서울아산병원).
협심증은 혈관이 좁아진 양상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 안정형 협심증: 평소엔 괜찮다가 운동이나 무거운 짐을 들 때처럼 심장이 산소를 더 많이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만 통증이 나타나고, 쉬면 금방 가라앉는 형태입니다.
- 불안정형 협심증: 좁아진 혈관에 혈전(blood thrombus), 즉 피가 굳어 생긴 덩어리가 끼어 혈류가 급격히 줄어드는 상태입니다. 쉬는 중에도 통증이 오고, 심근경색(myocardial infarction)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매우 위험한 단계입니다.
- 변이형 협심증: 혈관이 좁아진 게 아니라 혈관 자체가 일시적으로 경련을 일으켜 수축하는 경우입니다. 제 경험상 이 유형은 특히 술 마신 다음 날 새벽이나 쌀쌀한 아침에 갑자기 가슴이 조여드는 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흉통의 느낌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가슴을 쥐어짜는 것 같다", "돌덩이가 얹힌 것 같다", "숨이 턱 막힌다"는 표현들이 가장 많이 나옵니다. 저도 처음에 겪은 느낌은 뭔가 가슴 한가운데를 꽉 누르는 듯한 압박감이었고, 통증이 왼쪽 어깨 쪽으로 퍼지는 방사통(referred pain)도 있었습니다. 방사통이란 실제 통증 발생 부위가 아닌 다른 곳에서 통증이 느껴지는 현상인데, 협심증에서는 왼쪽 팔이나 턱, 목으로 퍼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걸 단순 근육통으로 착각하기가 정말 쉽습니다.
지속 시간도 중요한 단서입니다. 협심증의 흉통은 보통 5~15분 이내에 가라앉습니다. 반면 30분 이상 통증이 지속된다면 심근경색을 의심해야 합니다. 심근경색이란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 심장 근육이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고 괴사하기 시작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둘의 경계가 생각보다 얇다는 게 협심증을 절대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스텐트 시술과 치료, 실제로 알아야 할 것들
진단은 심전도(ECG) 검사, 심장 초음파, 그리고 운동부하 검사 순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운동부하검사란 러닝머신 위에서 걷거나 뛰면서 심장에 인위적으로 부하를 걸어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로, 안정 시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 협심증 증상을 포착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가장 정확한 진단법은 관상동맥 조영술로, 팔이나 허벅지 동맥을 통해 얇은 관을 넣고 조영제를 주입해 혈관 내부를 촬영하는 방식입니다.
검사 결과에서 혈관이 심각하게 좁아진 것이 확인되면 스텐트 시술이 우선 고려됩니다. 스텐트 시술이란 좁아진 혈관 부위에 금속 그물망(스텐트)을 넣어 혈관을 넓혀 주는 시술로, 전신마취 없이 가능하고 회복 기간도 수술에 비해 훨씬 짧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약물 스텐트(drug-eluting stent)가 개발되어 시술 후 재협착률이 10% 미만으로 줄었습니다. 약물 스텐트란 스텐트 표면에 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약물을 코팅하여 혈관이 다시 좁아지는 것을 막는 방식인데,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치료 성적을 보이고 있습니다(출처: 대한심장학회).
그런데 제가 직접 주변 사례들을 보면서 느낀 건, 시술 이후가 오히려 더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스텐트를 삽입한 뒤에는 항혈소판제(antiplatelet agent)를 반드시 꾸준히 복용해야 합니다. 항혈소판제란 혈소판이 뭉쳐 혈전을 만들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약물로, 아스피린이 대표적입니다. 이 약을 임의로 끊으면 스텐트 안에서 혈전이 생겨 갑작스러운 심근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의사가 "이 약은 절대 멋대로 끊으면 안 된다"라고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가슴 통증이 갑자기 시작됐을 때는 니트로글리세린 설하정을 혀 밑에 넣는 것이 첫 번째 대처입니다. 대부분 5분 이내에 통증이 완화되는데, 반응이 없다면 5분 간격으로 최대 3회까지 반복해서 사용하고, 20분이 지나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으면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흔히 우황청심환이 심장에 좋다고 알고 계신 분들이 있는데,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것은 아닙니다. 급할 때는 민간요법보다 검증된 약물에 의존하는 것이 맞습니다.
협심증은 결국 생활 습관과 싸우는 질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금연, 혈압과 혈당 관리,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그리고 저염·저지방 식단이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특히 환절기 새벽에 밭일이나 농사일을 하는 분들은 갑작스러운 한기에 혈관이 수축하면서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니, 보온에 더 각별히 신경 쓰셔야 합니다.
협심증이 의심된다면, 지금 당장 전문의 진찰을 받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입니다. 흉통을 그냥 넘기다가 심근경색으로 번진 사례를 너무 많이 봤습니다.
이 글은 제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심장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으시길 권해드립니다.
참고: https://www.amc.seoul.kr/asan/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2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