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장이 분당 150~200회까지 갑자기 빨라졌다가 어느 순간 뚝 끊기듯 멈추는 경험, 상상만 해도 아찔하지 않으십니까. 저는 처음 이 증상을 접했을 때 "이거 그냥 긴장한 건 아닌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심장 전도계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PSVT)이었습니다. 단순한 두근거림과는 전혀 다른, 명확한 시작과 끝이 있는 부정맥입니다.
PSVT가 뭔지 정확히 알아야 당황하지 않습니다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 영문으로는 PSVT(Paroxysmal Supraventricular Tachycardia)라고 씁니다. 여기서 '상심실'이란 심장의 윗부분, 즉 심방과 방실결절(AV node) 영역을 가리킵니다. 방실결절이란 심방과 심실 사이에서 전기 신호를 조율하는 핵심 중계소 같은 조직으로, 이 부위에 이상 회로가 생기면 전기가 정상 통로를 이탈해 뱅글뱅글 돌면서 심박수가 폭발적으로 올라갑니다.
가장 흔한 유형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방실결절 회귀성 빈맥(AVNRT: AV Nodal Reentrant Tachycardia)으로, 방실결절 내부에 전도 속도가 다른 두 경로, 즉 급속 전도로와 완속 전도로가 공존하면서 생기는 재진입 회로 문제입니다. 두 번째는 방실 회귀성 빈맥(AVRT: AV Reentrant Tachycardia)으로, 심방과 심실 사이에 정상적인 방실결절 외에 추가적인 우회로(bypass tract)가 존재해 전기가 비정상 경로를 타고 도는 경우입니다. 제가 자료를 처음 접했을 때 가장 헷갈렸던 지점이 바로 이 둘의 구분이었는데, 핵심은 이상 회로가 '방실결절 안에' 있느냐, '방실결절 밖에' 있느냐의 차이입니다.
증상의 가장 큰 특징은 발작의 시작과 끝이 본인도 정확히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흔한 두근거림은 서서히 왔다가 서서히 가라앉는데, PSVT는 다릅니다. 100미터 달리기 직후처럼 가슴이 쾅하고 빨라지는 게 느껴지고, 멈출 때도 스위치 끄듯 뚝 끊깁니다. 어지러움, 호흡 곤란, 목 혈관이 울리는 박동감, 심하면 실신까지 동반될 수 있습니다.(출처: 서울아산병원)
유발 요인도 파악해 두면 큰 도움이 됩니다. 카페인 과다 섭취, 음주, 수면 부족, 과도한 스트레스가 대표적입니다. 선천적인 전도계 결함이 바탕에 깔려 있더라도, 이런 생활 요인이 방아쇠(trigger)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은 본인이 직접 패턴을 추적해 보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발작이 왔을 때, 그리고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것들
발작이 시작되면 우선 침착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당황하면 교감신경이 더 활성화되어 빈맥이 오히려 지속되기 쉽습니다. 이때 스스로 시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미주신경 자극법입니다. 미주신경 자극이란 부교감 신경계를 인위적으로 자극해 심박수를 낮추는 방법을 말합니다.
가장 잘 알려진 방법은 발살바 조작(Valsalva maneuver)입니다. 발살바 조작이란 코를 막고 입을 다문 채 대변을 볼 때처럼 복압을 강하게 올려 대동맥 혈압을 순간적으로 높이는 방법으로, 이를 통해 방실결절에 전달되는 전기 신호를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원리입니다. 제가 자료를 정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이 방법은 발작 초반에 즉시 시도해야 효과가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교감신경 우위 상태가 되어 반응이 떨어집니다. 타이밍이 관건입니다.
스스로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발살바 조작(Valsalva maneuver): 코를 막고 힘껏 배에 힘을 주는 방법. 발작 초반 즉시 시행
- 차가운 물에 얼굴 담그기: 다이빙 반사를 유발해 심박수를 낮추는 방법
- 경동맥 마사지: 목 앞쪽 굵은 혈관 부위를 부드럽게 압박하는 방법. 단, 고혈압이나 뇌혈관 질환이 있는 분은 위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병원에서의 급성기 치료는 아데노신(adenosine) 같은 항부정맥제를 정맥 주사로 투여해 빈맥을 즉시 차단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발작이 반복될 경우에는 근본 치료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때 표준 근치 치료로 쓰이는 것이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Radiofrequency Catheter Ablation)입니다.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이란 심장 내부에 전극도자(catheter)를 삽입해 빈맥을 일으키는 이상 회로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낸 뒤, 고주파 에너지로 해당 부위에 열을 가해 병소를 완전히 제거하는 시술입니다. 성공률이 90% 이상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시술 후 평생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아 최근에는 반복 발작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권장됩니다.(출처: 대한부정맥학회)
진단 면에서도 짚어둘 부분이 있습니다. PSVT는 발작 중에 찍은 심전도(ECG)가 확진의 핵심입니다. 문제는 발작이 짧게 끝나버리면 심전도를 제때 못 찍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럴 때는 24시간 홀터 심전도 검사를 받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홀터 심전도란 소형 기록 장치를 몸에 부착하고 하루 종일 심장 활동을 연속으로 기록하는 검사로, 짧은 발작도 잡아낼 수 있습니다. 발작이 불규칙하게 일어나거나 드물게 나타난다면 전기생리학 검사(electrophysiology study)까지 진행해 빈맥 기전 자체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발작이 잦거나 한 번 시작되면 오래 지속된다면, 진단을 미루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PSVT는 전기 배선의 문제이지 심근이나 판막 자체의 손상이 아닌 경우가 많아, 제대로 치료하면 일상으로 완전히 복귀할 수 있습니다. 일단 발작 패턴을 스스로 파악해 두고, 증상이 있을 때 빠르게 심전도를 찍을 수 있도록 가까운 순환기내과를 미리 알아두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첫 번째 행동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으시다면 반드시 순환기내과 전문의 진료를 받으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amc.seoul.kr/asan/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2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