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한동안 발가락 사이가 가렵고 허물이 벗겨지는 걸 그냥 피부가 건조한 탓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여름이 되니 좀 심해지나 싶어서 로션만 발랐는데, 그게 오히려 더 좋지 않았습니다. 뒤늦게 피부과를 찾아서야 무좀이라는 걸 알았고, 생각보다 훨씬 흔하고 또 생각보다 훨씬 잘 재발하는 질환이라는 걸 직접 경험하고 나서야 제대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무좀 유형, 이 세 가지 중 하나는 반드시 겪고 있습니다
무좀, 정식 명칭으로는 족부 백선(Tinea pedis)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족부 백선이란 피부사상균(dermatophyte)이라 불리는 곰팡이균이 발 피부의 각질층에 침입해 기생하면서 생기는 전염성 피부 감염증입니다. 피부사상균이란 쉽게 말해 피부 표면의 단백질 성분인 케라틴을 영양분으로 삼아 자라는 곰팡이의 한 종류로, 발처럼 습하고 따뜻한 환경에서 특히 왕성하게 번식합니다.
무좀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 지간형(interdigital type): 발가락 사이, 특히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사이가 짓무르고 하얗게 불어오릅니다. 가려움과 함께 악취가 나는 경우가 많고, 가장 흔한 유형입니다.
- 소수포형(vesicular type): 발바닥이나 발 옆면에 작은 물집이 다수 생깁니다. 물집이 터지면서 진물이 나고 각질이 벗겨지며, 가려움은 세 유형 중 가장 심한 편입니다.
- 각화형(hyperkeratotic type): 발바닥 전체 각질이 두껍게 굳고 가루처럼 떨어집니다. 가려움이 거의 없어 단순한 굳은살로 착각하기 쉬운데, 제 경험상 이게 가장 무서운 유형입니다. 모르고 방치하면 만성화돼 치료가 훨씬 까다로워집니다.
대부분의 경우 이 세 유형이 단독으로 나타나지 않고 복합적으로 발생한다는 점도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저 역시 지간형과 각화형이 동시에 나타났는데, 발가락 사이는 가려운데 발바닥은 두꺼운 각질만 있으니 서로 다른 원인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이 두 가지가 같은 원인균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걸 피부과 진단을 받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주요 원인균은 적색 백선균(Trichophyton rubrum)으로, 국내 무좀 환자의 대다수에서 검출되는 균입니다(출처: 서울아산병원 건강정보). 이 균은 공중목욕탕, 수영장, 피트니스센터 등에서 무좀 환자의 인설(인설이란 피부에서 떨어지는 아주 작은 각질 조각을 의미합니다)을 통해 발에서 발로 옮겨 갑니다. 맨발로 같은 공간을 걷는 것만으로도 감염 경로가 됩니다.
항진균제, 증상이 없어도 멈추면 안 됩니다
무좀 치료의 핵심은 항진균제(antifungal agent)입니다. 항진균제란 세균이 아닌 곰팡이균의 세포막 합성을 방해하거나 균의 DNA 복제를 억제해 증식을 막는 약물을 말합니다. 스테로이드 연고와 혼동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 둘은 작용 원리가 완전히 다릅니다. 스테로이드는 염증 반응을 억제할 뿐 균 자체를 죽이지 못하므로, 무좀에 스테로이드 연고를 단독으로 바르면 증상이 잠깐 가라앉는 것처럼 보여도 균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제가 처음에 딱 이 실수를 했습니다. 피부가 붉고 가렵자 이전에 쓰던 피부염 연고(스테로이드 계열)를 발라 봤는데, 가려움이 일시적으로 가라앉아서 나은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조금 지나니 더 심해져서 결국 피부과를 찾았습니다.
외용 항진균제로는 테르비나핀(terbinafine), 클로트리마졸(clotrimazole), 미코나졸(miconazole) 계열의 크림이나 스프레이가 주로 쓰입니다. 이런 약들은 증상 부위와 그 주변에 하루 1~2회 바르는데, 가장 중요한 원칙은 증상이 사라진 뒤에도 최소 2~4주를 더 바르는 것입니다. 각질층 깊숙이 남아 있는 균까지 완전히 사멸시키지 않으면 반드시 재발합니다. 저는 이걸 몰라서 두 번이나 재발을 경험했습니다.
발톱 무좀, 정식 명칭은 조갑백선(tinea unguium)으로 번진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조갑백선이란 손발톱 안에 피부사상균이 침입한 상태로, 발톱이 누렇게 변하고 두꺼워지거나 부서지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 경우 연고만으로는 균이 발톱 안으로 잘 침투하지 않아 이트라코나졸(itraconazole)이나 테르비나핀 같은 경구 항진균제를 수개월 복용해야 합니다. 다만 경구제는 간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복용 중 정기적인 혈액 검사를 병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또한 무좀 부위를 손으로 긁는 습관을 반드시 조심해야 합니다. 피부 표면에 생긴 작은 상처로 세균이 침투하면 봉와직염(cellulitis)으로 발전할 수 있는데, 봉와직염이란 피부 깊은 층과 피하 지방층까지 세균이 퍼져 발등이 붓고 열감과 통증이 심해지는 2차 세균 감염증입니다. 이 단계까지 가면 항생제 치료가 별도로 필요합니다.
예방 관리, 씻는 것보다 말리는 게 더 중요합니다
솔직히 이건 저도 처음엔 별거 아닌 줄 알았습니다. 그냥 발을 잘 씻으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실제로 해 보니 씻는 것보다 완전히 말리는 게 훨씬 어렵고 또 훨씬 중요했습니다. 발가락 사이는 수건으로 닦아도 습기가 잘 남아서, 저는 지금도 씻고 나면 드라이기 찬바람으로 발가락 사이를 완전히 말리는 것을 습관으로 들이고 있습니다.
일상 관리에서 신경 써야 할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발을 씻은 후 수건과 드라이기를 이용해 발가락 사이사이까지 완전히 건조시킵니다.
- 통풍이 잘 되는 신발을 선택하고, 같은 신발을 매일 신기보다 2~3켤레를 번갈아 신어 신발 내부가 마를 시간을 줍니다.
- 공중목욕탕, 사우나, 헬스장에서는 개인 슬리퍼를 사용하고 맨발로 다니지 않습니다.
- 가족 간에도 발수건과 신발을 공유하지 않습니다.
- 양말은 면 소재를 선택하고 하루 한 번 이상 갈아 신습니다.
특히 장화나 안전화처럼 밀폐된 신발을 장시간 착용하는 환경이라면 발의 습도 관리가 더욱 중요합니다. 이런 경우 장화 안에 땀 흡수가 좋은 면 양말을 착용하고, 틈틈이 신발을 벗어 발이 숨쉴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합니다.
당뇨병 환자라면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이 동반된 경우 감각이 무뎌져 무좀으로 인한 피부 균열이나 상처를 본인도 모르게 방치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 상태에서 2차 세균 감염이 생기면 '당뇨발'로 악화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당뇨가 있는 분은 무좀 증상을 발견하는 즉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발가락 사이가 가렵거나 각질이 유독 두껍게 일어난다면, 단순히 건조한 탓으로 넘기지 마시길 권합니다. 저처럼 로션을 바르고 해결하려다 증상을 키우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피부과에서 KOH 검사(각질을 긁어 수산화칼륨 용액으로 처리해 현미경으로 균사를 직접 확인하는 검사)를 받으면 무좀인지 습진인지 빠르게 감별할 수 있습니다.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가능하면 빨리 확인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될 경우 반드시 피부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으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amc.seoul.kr/asan/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1677
https://www.kdca.go.kr